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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포퓰리즘 연정 출범 지연…경제장관 지명 놓고 줄다리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출범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던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의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유로화에 회의적인 성향의 경제장관 지명을 놓고 연정 일원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 내각 임명에 대한 최종 권한을 지닌 대통령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서다.
주세페 콘테(53) 총리 내정자는 24일부터 본격적인 정부 구성 작업에 들어갔으나, 27일 오전까지도 아직 내각 명단을 확정 짓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내각 명단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할 경제장관으로 내정된 파올로 사보나(81)에 대해 세르지오 마타렐라(76)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에 적대적인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사보나는 1993∼1994년 산업부 장관을 지낸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는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입을 역사적 실수라고 주장하며,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한 플랜 B를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중도좌파 민주당의 집권 시절 선출된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보나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탈리아에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EU 주변국과 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 지출 확대와 EU와의 엇박자를 예고한 차기 정부에 대한 우려로 이탈리아 금융 시장은 가뜩이나 부쩍 요동치고 있다.
시장 심리의 지표로 여겨지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지난 25일 한때 217bp까지 치솟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스프레드가 높을수록 시장이 불안함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이탈리아 국채 등급이 현행 Baa2에서 Baa3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보나를 경제장관으로 천거한 살비니 동맹 대표는 대통령의 반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사보나 카드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선을 다시 치르는 방안도 각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살비니 대표는 26일 북부 베르가모 인근에서 열린 동맹의 집회에서 "새 정부가 향후 몇 시간 내로 출발하지 못한다면, 다시 총선을 실시해 우리가 압도적인 과반을 얻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나 EU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출범하지 못한다면 이는 이탈리아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보나를 경제장관으로 임명하라고 마타렐라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최근 정당별 지지율을 고려하면, 총선을 다시 치를 경우 동맹이 속해 있는 우파연합이 40%를 웃도는 득표율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파연합은 지난 3월 총선에서는 37%를 득표했으나, 과반 의석에 미달해 단독으로 정부 구성이 불발됨에 따라 총선에서 32%를 웃도는 표를 얻어 단일 정당으로는 최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오성운동과 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오성운동이 우파연합의 일원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적폐로 지목하며 그와의 연대를 완강히 거부함에 따라 결국 우여곡절 끝에 오성운동과 동맹 두 정당으로만 구성된 연정 협상이 총선 후 약 80일 만에 타결됐다.
한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 역시 26일 "향후 24시간 이내에 대통령이 정부를 승인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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