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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프랑스에 한국의 장맛 알리고 싶어

"한식을 알려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호평을 받으면 외교에 기여한 듯해 자부심을 느끼죠."

외교에서 식사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대사관저 요리사는 외교적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주재국 관련 인사나 타 국가 외교관들이 초청될 때 한식을 선보이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는 만큼 한식의 맛과 멋을 지키면서도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대사관저 셰프의 어깨는 무겁다. 이상연 셰프(31·사진)는 하물며 식문화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랑스 파리의 한국대사관저에서 일한다.

지금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한식 전도사가 됐지만, 그가 칼을 잡은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요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다. 27살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를 처음 접했다. 일찍부터 요리유학을 떠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 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간극장이다. 이 셰프는 "시작이 늦었던 만큼 요리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던 그에게 SK뉴스쿨이라는 동아줄이 내려왔다. SK뉴스쿨은 SK행복나눔재단과 행복에프앤씨재단이 운영하는 F&B분야 청년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20대 청년의 성장과 사회진출을 돕고자 1년간 무료로 조리학과 및 서비스학과의 전문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수 호텔·레스토랑 20여곳과 인재육성 공동 프로젝트 스타쥬(Stage)를 진행해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한다. 현장 중심형 커리큘럼이 특징이다.

인생이란 기묘하다. 이 셰프가 훌륭한 셰프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과 여건의 간극으로 고민하던 찰나 그의 친척이 그에게 SK뉴스쿨을 추천했다. 이 셰프는 "SK뉴스쿨은 훌륭한 선생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커리큘럼, 좋은 식재료까지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제겐 부족함이 없는 터전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졸업 후엔 2018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과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 2스타의 영예를 받은 밍글스(Mingles)의 요리사가 됐다.

프랑스 대사관저 셰프인 이상연 셰프가 요즘 가장 깊게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프랑스 문화 속에 한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 수 있을까이다. 이 셰프는 "한식에 된장,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지만 프랑스인들은 향과 맛이 강한 장류를 어려워한다"며 "프랑스인들이 낯선 한국의 장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 장을 소량 사용한 크림브륄레(프랑스 대표 디저트)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한식으로 프랑스의 혀를 사로잡겠다는 그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쉬는 날이면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각종 미술관 전시회를 간다. 최근엔 프랑스에서 유행하는 짧은 준비시간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하는 작은 비스트로나 와인바를 둘러보고 있다. 이 셰프는 "기존 프랑스 한식당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위한 식당들이 대부분"이라며 "보다 새로운 방식을 통해 프랑스에서 한식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소지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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