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일본ㆍ기로의 한국]제2의 전성기 맞는 日 기업…소니ㆍ파나소닉 대혁신 부활 시동

- 파나소닉 전자사업 축소…자동차 전장회사로 변신
- 지난해 최대 영업익 올린 소니, 우주산업 진출 선언
- 아베 총리, 민간기업을 주체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 적중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 전자산업을 이끌었던 일본 기업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재도약하고 있다.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속해 온 투자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2018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기준 대거 최대 흑자를 기록하며 ‘일본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100년의 기술력으로 도전한 일본 기업의 ‘대혁신’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강력한 경기부양을 골자로 하는 아베 일본 총리의 ‘3개의 화살’ 정책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장기침체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라는 3단계 전략이 구사됐다. 그 중 세 번째 화살의 일환으로 아베는 민간 기업의 성장을 위해 세제를 개편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결국 “세 번째 화살이 일본 경제를 성장시키고 해외 투자자를 끌어당길 것”이라는 아베의 전략이 일본 기업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전자기업, 부활의 신호탄 쏘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파나소닉은 대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전회사였던 파나소닉은 가전을 축소하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전장사업으로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한때 파나소닉은 TV시장의 강자였다. 10년 전 매출이 사상최대인 9조엔에 달했다.

오늘날 파나소닉은 가전 분야를 과감히 줄였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는 아예 가전을 단 한 제품도 전시하지 않았다. 가전분야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자동차다. 파나소닉은 과거 전자기업으로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전기차와 오토바이 섀시 및 배터리와 전장부품으로 완전히 갈아탔다. 현재 파나소닉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의 위상을 자랑한다. 초소형 전기차에 적합한 자율주행기술도 개발중인 파나소닉은 자동차관련 사업 매출을 2021년까지 2조5000억엔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소니는 2017년 회계연도 기준 70년 역사 이래 최대이익을 달성했다. 2013년 200억원대로 쪼그라든 영업이익이 불과 5년 만에 7000억원대로 올라섰다. 만성적자였던 TV사업과 컴퓨터 사업을 정리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과 이미지센서 등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적중했다는 평가다.

소니의 부활을 이끈 히라이 가즈오는 지난해 2017년 경영설명회에서 “새로운 가치에 도전하는 자신감과 활기에 가득 찬 소니가 돌아왔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소니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우주산업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소니는 강점이 있는 가전기술을 활용해 소형 위성용 광통신기기 생산에 나선다. CD플레이어 등을 만들면서 축적한 광디스크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광통신기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창출ㆍ신사업 육성…‘3개의 화살’ 적중했다= 일본 기업들의 수익이 대거 개선되면서 장기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성장전략’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는 ‘저성장 시대 일본기업의 성장전략 분석과 시사점’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비판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수익개선은 장기불황 극복 시나리오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제시한 3개의 화살 전략의 핵심은 성장과 분배라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기업수익 확대→설비투자 증가→고용확대→개인소비 확대’라는 파급 매커니즘을 작동시키는 것에 있다.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통화량과 재정투자를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이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이라면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성장 전략’의 마무리 단계다. 이를 위해 아베 정부는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2012년 30% 수준이던 법인세율을 2020년 20%까지 낮추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 도입, 투자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일본 전자회사들의 대혁신의 이면에는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사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이어 지난해 ‘신산업 구조 비전’과 ‘일본재흥전략’ 등을 발표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산업 구조 비전은 세계 기술이나 산업 방향, 주요 기업 전략 등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스마트 생산ㆍ보안ㆍ물류ㆍ소매ㆍ농업 ▷스마트 생활(주택ㆍ에너지ㆍ도시) ▷건강 증진 등을 ‘전략적 추진 분야’로 지정했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성장전략은 기업의 실적 개선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던 ‘일자리 문제’도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일본의 고용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지속적 개선, 현재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다달았다. 작년 실업률은 2.8%로 24년 만에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도 2013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4.6%로 한국 청년실업률(9.9%)의 절반 수준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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