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축구연맹 컵 준결승 일정에 관심을 갖게 될 줄이야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글쓴이가 까까머리 스포츠 팬이었던 1970년대에는 동남아시아가 한국 축구의 활동 무대였기 때문에 메르데카배(말레이시아), 킹스컵(태국) 등에 출전한 대표 팀 경기 일정이 매우 큰 관심사였다.




1970년 여름 메르데카배 준결승에서 한국이 접전 끝에 이회택 정강지 박이천의 골로 인도를 3-2로 꺾은 경기를 라디오 중계방송으로 들은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 무렵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는 흑백 TV 또는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당시로서는 큰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월드컵과 올림픽 등 세계 무대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좀 부풀려서 말하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대회가 언제 열리는지를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런 세월이 30여년이었다.




그런데 5일 아침, 2018년 AFF(아세안축구연맹) 준결승 2차전 일정이 궁금했다.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유럽 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소식이 넘쳐나는데 동남아시아 지역 대회 진행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는 오로지 모든 축구 팬, 나아가 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AFF 준결승 2차전 태국-말레이시아 경기는 5일 오후 9시 방콕에서, 베트남-필리핀 경기는 6일 오후 9시 30분 하노이에서 킥오프한다.
결승 1차전은 11일, 2차전은 15일 벌어진다.




베트남은 지난 2일 원정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이겼기 때문에 결승전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제 축구 팬들 관심은 2008년 인도네시아-태국 대회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베트남과 상대할 태국 또는 말레이시아로 쏠리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한국 축구와 적지 않은 인연이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한국이 월드컵은커녕 올림픽에도 나가기 힘겨워하던 때에 각각 두 차례, 한 차례씩 올림픽 본선에 나섰다.
물론 월드컵 무대는 구경하지 못했다.




태국은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인 1956년 멜버른 대회 1회전에서 영국에 0-9로 참패했다.
두 번째로 출전한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불가리아에 0-7, 2차전에서 과테말라에 1-4, 체코슬로바키아에 0-8로 져 탈락했다.
이 대회에서 AFC(아시아축구연맹)를 대표해 출전한 나라 가운데 일본은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메달(동)을 차지했고 이스라엘은 8강에 진출하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말레이시아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해 조별 리그에서 서독과 모로코에 0-3, 0-6으로 졌으나 미국을 3-0으로 이겨 올림픽 통산 1승 기록을 갖고 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했지만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이 주도한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말레이시아는 두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1971년 9월 서울에서 열린 1972년 뮌헨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으나 소친온을 축으로 한 말레이시아의 수비 벽을 뚫지 못하고 0-1로 졌다.
이 예선에서 말레이시아는 직전 대회 동메달 팀인 일본을 3-0으로 꺾었다.
경기력 면에서 흠 잡을 데 없는 올림픽 출전이었다.




말레이시아는 1980년 3월 쿠알라룸푸르에서 벌어진 모스크바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의 예선 리그에서 3-0, 1위 결정 경기에서 2-1로 한국을 잇따라 물리치고 본선 출전권을 땄지만 앞서 나온 내용대로 대회를 보이콧해 이라크가 대신 출전했다.




말레이시아 팬들에게는 영웅, 한국 팬들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끈질긴 수비수 소친온은 1968년부터 1988년까지 말레이시아 국가 대표로 324경기(10골)를 뛴, 믿기 어려운 기록을 갖고 있다.




태국도 한국에 몇 차례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한국은 1966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조별 리그에서 태국에 0-3으로 진데 이어 버마(오늘날 미얀마)에 0-1로 져 탈락했다.
이 대회 32년 뒤인 1998년 다시 방콕에서 열린 제13회 대회 8강전에서는 2명이 퇴장당한 태국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진 적도 있다.




태국 축구라고 하면 중·장년 팬들에게는 K리그 초창기인 슈퍼 리그 시절 우수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인 피아퐁을 떠올릴 것이다.
피아퐁은 1984년 8월 럭키금성 황소(FC 서울 전신)에 입단해 1985년 시즌 럭키금성의 첫 번째 K리그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해 K리그에서 득점상과 도움상을 처음으로 함께 받은 선수가 되며 전성기를 보냈다.
피아퐁은 한국에 오기 전 현역 군인(상사)으로 태국 공군 팀에서 뛰고 있었다.




5일 이후 잇따라 열리는 2018년 AFF 컵 준결승 2차전과 결승전은 박항서 감독 영향으로 관심을 갖게 된 신세대 팬은 물론 1960~70년대를 추억하는 올드 팬 모두에게 작지만 나름대로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동남아시아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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